책읽는 방법

낙서금지란 낙서 2008. 10. 3. 04:04
...책을 읽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책을 마치 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하나의 상자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그러한 독자는 거기에서 기의을 뒤져 찾는다. 더 심한 독자는 거기에서 기표를 뒤져 찾는다. 그래서 거기에 주석을 달고, 해석을 가하고, 설명을 붙이고, 책에 대한 책을 쓴다. 그 일은 끝이 없다.

그런가 하면 독서의 또 하나의 방법은, 책을 무의미의 작은 기계로 간주하는 독서이다. '그 기계가 작동하는가, 작동한다면 어떻게 작동하는가'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신을 위해서 작동하는가이다. 만약 작동하지 않는다면 만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책을 집어드는 것이다. 후자는 전자와 대립된다. 왜냐하면 강밀한 독서 방법인 두번째 방법은 책을 바깥ㅡ표면ㅡ과 연결시켜주는 독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설명할 아무것도, 이해할 아무것도, 해석할 아무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비인간으로의 변신, 범우주적 동물로의 변신이다. 나는 짐승이 되기를 권하지는 않는다. 내가 권하는 것은 다만 인간적인 껍질을 벗고, 육체의 어떤 강밀한 영역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원래 우리에게 속한 영역을 회복하는 것이다.

질 들뢰즈 [소수 집단의 문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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